180427 마리 퀴리/비더슈탄트/레디 투 플라이

re: PLAY 2018. 4. 27. 19:33

2018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창작뮤지컬; 2018년 4월 2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오전 11시 10분 뮤지컬 <마리 퀴리>
연출 김현우 / 작 천세은 / 작곡 최종윤 / 안무 신선호
마리 퀴리 임강희 / 피에르 퀴리 박영수 / 루벤 조풍래 / 안느 김히어라 / 김아영 / 장민수 / 이아름솔

마리 퀴리 제목 보자마자 노잼각 섰는데 막상 보고나니 단순히 마리 퀴리만 다루는 게 아니라 동시대의 얘기라 공감갔다. 지금 우리도 라듐처럼 위험한 물질을 다방면에 활용하며 열광하고 있겠지? 마리 퀴리의 과학적 성과에 초점맞춘 극이 아니라 굳이 라듐과 방사선에 대해 몰라도 극을 이해하는 데에 지장 없을 거 같다. (고 생각했는데 같이 관람한 다른 분은 과학적 지식이 없어서 초반에 라듐 어쩌고 할 때 어리둥절했다고. 아무래도 내가 이과라 이해가 빨랐으려나...) 소위 '잘 팔릴' 극은 아닌데 그래도 잘 만들면 재밌을 콘텐츠였다. 이런 극이 '지원' 사업에 적합한 거 아닌가 싶네. 구색 맞춤 용으로라도 선정각 서는 공연. '내 이름은 마리~' 하는데 굳이 그런 가사를 써넣은 의도가 너무 투리구슬이라 웃겼고 레드북이 참 여기저기 영향을 미쳤구나 싶고. 난 레드북을 정말 재미없게 봤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공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과학자로서 마리 퀴리의 야망이 더 부각되면 좋겠다. 피에르와의 갈등도 아직은 설익은 느낌. 김히어라 저음 좋은 의미로 튀고 귀에 콕콕 박히더라. 김아영은 다같이 똑같은 동작을 해도 신기할 정도로 눈에 띈다. 그리고 와. 최종윤한테 이런 능력이 있는지 몰랐네. 기본 톤은 셜록홈즈인데 몇몇 넘버가 손드하임 분위기를 풍겨서 놀랐어. 시연한 게 몇 곡뿐이라 잘쓰고 못쓰고 판단은 일단 유보인데 이와중에도 리프라이즈 들어있고 리듬도 재밌었다.


오후 2시 10분 뮤지컬 <비더슈탄트>
연출 허연정 / 작 정은비 / 작곡 최대명 / 안무 박철중 / 음악감독 박슬기
유승현 / 손유동 / 송광일 / 이기현 / 이동환 / 홍승안

아르코-한예종 뮤지컬창작아카데미 최종 선정작으로 선정되어서 다이렉트로 심사까지 올라온 공연이라 관람 전부터 호기심 가득. 보고 나니 왜 이게 뽑혔는지 알겠더라. 펜싱씬, 학생 선발씬, 수업씬처럼 뮤지컬에서만 할 수 있는 화법을 활용한 게 돋보였다. 특히 히틀러와 우생학은 뗄려야 뗄 수 없는데 그걸 학생 선발씬으로 발랄하게 푼 게 인상적. 아무래도 남학생들 이야기이고 군데군데 흥행을 노리고 쓴 부분이 느껴지는데 '너네가 좋아하는 거 넣어봤닼ㅋㅋㅋㅋ' 한 게 아니라 셀링 포인트를 영리하게 활용한 느낌이라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마치 아이돌 멤버 구성처럼, 캐릭터 하나하나의 매력이 살아있어서 배우들만 잘 캐스팅하면 덕후몰이 할 각. 그런데 갑자기 레지스탕트 되자고 결심하는 장면은 조금 당황스럽군요. 그리고 소재가... 이런 식으로 가볍게 다뤄져도 되는 건가 싶고 찜찜한 기분. 먼 독일 얘기니까 남 일같고 팔짱끼고 볼 수도 있는데 뒤집어보면 일제강점기때 천황학교 입학해서 별 고민 없이 시키는대로 충성충성하는 꼴 아닌가? 흥미롭게 보다가 저걸 자각하는 순간부터 편하게 못 보겠더라. 넘버가 신선했다. 최대명 이름이 낯익어서 찾아보니 <익스페리멘탈 보이> 작곡가였다. 시야 프로그램도 이수했다던데 관련 제도를 잘 활용하는 듯. 진짜 하고 싶은 방향과 공모전 맞춤용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게 드문드문 느껴지긴 했으나 이정도면 선정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공연이었다. 근데 이런 게 꼭 안 되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 앤 블루나 아지트가 어울릴 스타일이었다. 타장르 작업도 한다더니 넘버 쓰는 방식이 익숙한 스타일이 아니라 새롭고 좋더라. 초반은 살짝 엉성한 듯하게 구성해놓고 배우들 화음을 차곡차곡 쌓아서 채우는 게 흥미로웠음. 


오후 4시 10분 뮤지컬 <레디 투 플라이>
켄 임현수 / 론 박준휘 / 웨더 황만익 / 엄마 김명희 / 정민 임하람 문남권 곽나윤 외 1명
작 연출 성재준 / 작곡 김혜영 / 공동안무 김준태 정도영

??? 이 성재준, 카페인 성재준 아닌가?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대체 내가 본 게 무엇... 이걸 왜 극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부터 모르겠다. 아동가족극인 거는 알겠는데 개연성이라는 게 비행기 타고 멀리 가버림. 아동극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정도면 아동극에 대한 모독 수준. 장면은 계속 나오는데 연결이 1도 안 된다. 담임은 마지막 수업이라면서 왜 동화 얘기로 수업을 대신하고, 켄은 왜 론에게 과거를 술술 털어놓으며, 아빠가 말하지 말라고 진짜 몇 년동안 말을 안 하는 근성 쩌는 애는 뭐람. 유레카가 자길 10년 넘게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또 무엇이며, 웨더는 뭐 그렇게 체면이 중요하다고 애 상상력을 틀어막는지. 이거 완전 미친 놈 아니냐. '내가 왜 이러는지 당신은 몰라!' 라고 하는데 아내만 모르는 게 아닐걸...요? 라이브 아니고 MR이던데 왜? 굳이? Why? 그리고 음향 사고가 대체 몇 번 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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