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29 1984/HOPE-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re: PLAY 2018. 4. 29. 19:25

2018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창작뮤지컬; 2018년 4월 2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오전 11시 10분 뮤지컬 <1984>
연출 김태형 / 작 박해림 / 작곡 이숙진 / 안무 채현원 / 음악감독 채미현
윈스턴 강필석 / 줄리아 임혜영 / 오브라이언 서영주 / 골드스타인 김봉환 / 강연종 / 파슨스 심재현 / 김나윤 외 5명

어제도 했던 말이지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역시 만들던 곳이 구색은 잘 갖춘다. 뮤지컬적인 완성도는 뛰어나더라. 소설 1984를 무대언어로 유려하게 탈바꿈했다. 분명 뮤지컬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화법이었고, 넘버 사용이나 장면 전환도 훌륭했다. 그런데 왜 1984여야했는지 의문. 시놉 위칸에 작품 주제랍시고 설명충 모드로 구구절절 써놓은 글에 따르면 소설 1984의 전체주의 비판에서 더 나아가서 '감시당하는 현대인'을 다루고 싶었다는데 그러한 의도가 잘 발현되었는가? 내가 보기에는 흔해빠진 사랑 얘기밖에 없던데, 여기에 드라마 강화를 위한 비극 설정으로 디스토피아를 곁들인 정도. 그럴 거면 왜 굳이 1984냐는 거다. 지금은 2018년이고 남북한이 평화무드로 들어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전체주의 파시즘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을 무대화하다니 시대착오적이고 올드하다. 근데 이제까지 창작산실 선정작 흐름을 보면 꼭 이런 올드한 게 뽑힌다... 사실 도입부 빅브라더 영상 나올 때부터 이미 너무 올드해서 소름끼침. 심지어 아이패드에 이미지 띄우고 직각목각 춤추는 거 빨간시에서 2011년부터 했읍니다... 쇼노트는 삽질하지말고 그냥 헤드윅이나 해라ㅠ... 강필석 진짜 잘하더라. 자기가 뭘 해야하는지 아는 배우. 서영주 김봉환도 좋았지만 어디서 본 거 같은 레디메이드라 지루했어.


오후 2시 10분 뮤지컬 <HOPE-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연출 오루피나 / 작 강남 / 작곡 김효은 / 음악감독 신은경
호프 차지연 / K 조형균 / 마리 간미연 / 과거 호프 차엘리야 / 베르트 지혜근 / 카델 이승헌

알앤디 극이라고는 13 마마돈크라이 딱 하나 봤는데, 더데빌이면 몰라도 마돈크는 알앤디 극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물론 라이선스 팔리고나서 그네들 입맛에 맞게 다 뜯어고쳐졌지만^^...) 알앤디 스타일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 호불호 갈리는 반응은 익히 들어서 대강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객석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대강'하면 안 됐나보다. 의식이 튕겨져나가는 기분이었다ㅠ... 이렇게 흐름이 안 읽히는 극 올해 들어서 처음 본 듯. 어떤 의미에서는 창작산실 여덟 개 가운데 최악이었다. 결국 하고싶은 말은 '나는 나만의 것이다' 인데 이걸 위해 현재의 재판과 과거 회상을 오가면서 카프카와 제2 차 세계대전 등 온갖 있어보이는 설정은 다 끌어다 붙여서 장황하게 늘여놓음. 중요한 장면은 컴팩트하게 지나가고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세세하게 묘사하는데 왜 이러지? 그동안 대체 어떻게 돈 벌었지? 내 취향이 마이너한 것인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왜 엄마가 원고에 집착하는지, 호프는 원고가 미우면서도 왜 엄마처럼 원고에 집착하는지, 이스라엘 도서관은 왜 원고를 원하는지. 상황은 쉬지않고 나열되는데 인물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되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왜 호프 역에 차지연을 캐스팅했는지 납득되는 넘버가 하나 있었는데, 호프가 아니라 노래 소름돋게 잘하는 차지연만 보여서 오히려 독이었다. 차지연 콘서트 보는 기분. (물론 차지연은 죄가 없다) 넘버도 이게 뭔가 싶고 동선도 너무 이상하고 네모진 오브제 쓰는데 아... 뭐가 진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있어보이게 하려고 했네, 이게 감상 끝. 3일동안 진행된 쇼케의 마지막이고 나름 네임드 제작사라 기대했는데, 마무리가 어째 영 좋지 않은 곳을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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