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09 트레인스포팅

re: PLAY 2018. 4. 9. 23:07

2018년 4월 9일 월요일 오후 8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연극 <트레인스포팅>
마크 김종구 / 스퍼드 신주협 / 토미 손유동 / 벡비 정민 / 식보이 김바다 / 앨리 정연

지인이 트스 4회 보면 OST 증정인데 도저히 못 보겠다면서 봐달라고 강요해서 갑자기 보게 된 트스. 덕간적으로 오슷같은 거는 돈주고 팔면 안되나. 난 재관람을 안하는 성향이라 회전 경품에 무심한 편인데도 할인권이나 초대권은 몰라도 오슷을 증정으로 주는 건 별로다. 10,000원 20,000원에 팔자니 퀄리티가 떨어져서 그러는 거면 후려쳐서 싸게 팔던가. 더 보고 싶지도 않은 공연에 오슷이 볼모로 잡혀서 어쩔 수 없이 봐야하는 상황에서 기분 좋게 관극하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

100분 내내 약하는 게 전부인 공연이라는 말은 들었는데 그 말대로였다. 사실 혜화역에 59분 도착하는 바람에 지연했는데(지연입장 22분) 입장 대기하면서 내가 어셔한테 앞에 못봐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 네^^ 괜찮으실 거예요^^ / 혹시 중요한 내용 있어요? 제가 이거 처음봐서;; / 이해 못 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냥 친구들끼리 수다떠는 내용이에요^^ / ????? / 친구들 얘기인데 어떤 애는 약을 하고 어떤 애는 약을 안 한다는 정도만 알면 돼요^^ 하고 들어갔는데 진짜 그게 다였다... 어셔님 정곡을 찌르는 설명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내나 손전등 비춰주는 거는 괜찮았는데 문에서 끼이익 소리나서 내 심장이 떨어질 뻔ㅋㅋㅋㅋㅋㅋㅋㅋ 문에 기름 좀 붓자...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기도 하고(뭐 이제 한국도 위험하네, 상류층은 마약파티를 하네, 어쩌네, 하지만 일단 우리나라에서 평범한 삶을 살면 마약이란 걸 접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니) 이런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잘 없으니 낯설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도 마침 며칠 전에 영화 쓰리빌보드로 영미권 하층민(? 평민?)의 삶을 엿보았고, 또 왜 마약을 하게 되는지 중독 이후의 삶은 어떤지 에 대한 글을 읽어서 이 극에서 다루는 정서를 이해하기 한결 수월했다. 공연 내내 쉬지않고 헤로인맞고 코카인 흡입하고 담배피고(아 설마 담배가 아니라 대마인가ㅠ...) 그것도 아니면 술마신다. 그걸 보고있자니 진짜 내 정신이 다 피폐해지는 기분ㅋㅋㅋㅋㅋㅋㅋ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는 공연 내내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그나마 김종구는 얼굴을 확실하게 알아서 알아봤는데 나머지는 누군지도 모르다가 나중에 캐스팅보드 보고 엥? 엥? 했닼ㅋㅋㅋㅋㅋㅋㅋ 마크 말고 거의 멀티였는데 지금 어느 배역으로서 나와있는지조차 모르고 봤다. 사실 약 말고는 극에서 말하는 내용이랄 게 없으니 흐름 이해에는 문제 없었지만 아까 걔가 갑자기 얘로 나와서 다른 소리 하니까 쟤가 걔인지 얘인지 판단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림. 추민주는 작도 연출도 내기부않인데 이번 연출은(내용이 너무 노답이라 상대적으로) 그나마 괜찮더라. 영상 남발하는 건 솔직히 얄팍하다 생각했는데 몇몇 장면에서는 의외다 싶게 좋았음. 다같이 마약해서 단체로 맛탱이 가있을 때(뭐 사실 멀쩡할 때가 없긴 하다...) 네모진 색색깔 조명 바닥에 쏘는 거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김종구는 되게 남자 느낌 나면서 한편으로 여자 느낌도 있어서 보면서 신기했다. 아무래도 눈매랑 코 때문인가. 마크는 김종구랑 찰떡이다 싶었는데 등장인물로는 식보이가 가장 매력있었다. 아무래도 온도차가 가장 커서인지.

내용을 요약하자면 노답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에 대한 결론은 약은 절대 하지말자+친구를 잘 사귀자... 백번 양보해서 이게 100년만의 명작이라고 가정해도 왜 우리나라에서 올리는 건지 모르겠닼ㅋㅋㅋㅋㅋㅋ 공연 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단 마약 설정 자체가 우리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우리나라는 아무리 상폐급 망한 인생이라고 해도 마약에 쩌들 정도로 이렇게까지 노답은 아니잖음? 담배 좀 피우고 술 좀 마시고 말지 이 정도면 뉴스에 나올 급 같은데. 마크가 마지막에 '진짜 마지막'으로 헤로인할 때는 너도 참 노답이다 싶었는데 애들 약에 취해있을 때 배신때리고 돈가방들고 튀는 건 나름 해피엔딩인 듯.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라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그리고 난 친구때문에 이걸 봤고... 노잼까지는 아니었고 나름 흥미로운 구석은 있었다. 그러나 역시 왜 대다수에게 불호극 소리 듣는지 알겠고 제작사는 이걸 왜 올렸는지 모르겠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지원이라도 받으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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